禪武道의 선기공, 지대체 수련기
2022년 7월 저녁, 날이 덥다. 코로나로 마스크까지 쓰고 수련을 시작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면역력이 더욱 중요해진 만큼 우리는 몸과 마음의 건강과 균형에 대해 절실하게 느낀다. 보림 원장님은 삼토식을 하고 잠시 명상의 시간을 가진 후 명상에 대해 말한다.
"선무도는 움직이는 선이다. 움직이는 가운데 찰나에 선정에 들어간다. 움직이는 행관은 심해를 오르락 내리락 하며 찰나에 명상이 된다. 좌관의 명상은 심해 깊이 들어가는 명상이다."(보림법사).
2018년 나는 선무도 1승형을 배우면서 선무도를 몸으로 그림을 그리는 멋진 무예라고 이해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무도에 나타난 호흡법과 동작들이 단순히 멋진 무예가 아닌 심오한 수행임을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다.
선무도에 나타난 호흡법과 동작들은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이루는 체계적인 운동이다. 명상을 하든 선을 하든 모든 수행에 있어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는 기본이며 별도로 나누어 생각할 수 없다. 선무도의 수행 방법은 앉아서 하는 좌관과 서서하는 입관과 움직이면서 하는 행관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는 행. 주. 좌. 와. 어. 묵. 동. 정이 항상 조화의 상태를 유지함을 위함이다(설적운, 2010).
이에 선무도의 행관수련법인 지대체에 대해 살펴보고 지대체에 대해 배우고 느낀점을 표현해 보고자 한다.
선기공
"선기공 수련시 명상상태에서 가만히 있다 보면 몸이나 얼굴이 굳는다. 이때 호흡으로 풀어준다. 기운이 가만히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지만 흐르고 있는 것이다. 물결이 잔잔하다고 멈춰있는 것이 아닌 것 처럼 명상상태에서도 의식은 깨어있는 것이다." (보립법사)
국어사전의 선무도 정의는『불가의 전통 수련법, 불살생의 계율에 따라 방어동작이 주를 이룸』으로 되어 있다.
선무도 첫머리의 참선 선(禪)자는 불타의 가르침을 수행하는 성도, 성불의 길이요, 그 목적은 해탈에 있고 궁극은 열반에 이르는 것 이다. 무(武)와 도(道)는 방편을 말함이며 정중동의 조화를 통한 신구의 삼밀가지를 이룸이니 그것은 곧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성취한 깊은 금강삼매인 것이다. 선무도는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통해서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다.
선무도의 선기공이란 학술적 용어는 아직까지 사용한 바가 없다. 일반적으로 기공이란, 글자 그대로 기에 공을 들인다는 말로 기라는 글자는 ‘숨’이라는 뜻과 함께 생명활동의 원동력을 가리키며, 공이란 한 가지 일에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다는 뜻이다. 즉 자기 몸에 기를 넉넉히 보충하고 기를 원활하게 순환시키며, 나쁜 기를 몰아내고 좋은 기를 강화하여 그 강화된 기를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법을 배워 실천하는 심신수련법이라고 할 수 있다(이동현, 2000).
선무도의 “선기공”의 개념은 기공의 개념을 포괄적 의미로 볼 때 요가와 불교의 선은 인도문화를 바탕으로 발전된 인도적인 기공인 셈이다. 요가의 수행에 있어 기의 개념과 일치하는 것은 프라나(prana)라고 하며 이는 흡기(吸氣)라는 뜻으로서 자연과 인간을 살게 하고 움직이는 힘 그 자체인 것이다. 불교의 선(禪) 역시 요가의 명상법인 선정에서 그 연원을 찾을 수 있듯이 호흡을 통한 명상 삼매는 곧 기공의 한 분야인 것이다. 불가의 전통 수행법인 선무도의 좌관, 입관, 행관의 전반적인 수련기법을 소위 “기공”적인 측면에서 재조명하면서 선과 기공의 조화를 통해 “선기공”의 개념을 정립하였다(설적운, 2010).
선무도의 호흡
선무도에서 호흡은 흡(吸)지(止)호(呼) 3단호흡으로, 명상을 통해 부드럽고 고요한 흡(吸)지(止)호(呼) 3단호흡을 한다. 즉 안반수의의 수식관 수행법을 한다. 안반수의는 아나빠나사띠라고 한다. ‘안’은 아나(ana)로 들숨을 뜻하고, ‘반’은 아빠나(apana)로 날숨을 뜻하며, ‘수의’는 사띠(sati)로 마음을 한 곳에 몰입하여 집중함을 뜻한다. 수식관은 들숨과 날숨의 균형을 맞추어 숨을 세면서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지켜보는 수행법으로 마음을 한 곳에 몰입하여 집중하게 함을 말한다.
선무도의 지대체
"선은 편안한 상태로 바라보다라는 의미도 된다. 호흡을 하면서 집중하다보면 호흡만 보이게 된다. 지대체도 호흡과 함께 동작이 끝나는 것으로 동작과 호흡을 연결해서 같이 해야 한다. 평소에 동작을 바라보고 인지하다 보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다. 지대체를 하면서 몸과 마음의 변화, 미세한 기운을 느껴본다." (보림법사)
지대체는 물질적 원소인 사대(지.수.화.풍)의 구성요소 중에서 흙에 속하는 개념으로서 행, 주, 좌, 와, 어, 묵, 동, 정, 반, 공 등의 10개 동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대체는 영동행관의 승형에 기본체가 되며, 내면적인 기공수련이다. 호흡법은 동작마다 각각 다르며 특히 지식을 하는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 들이마시고, 멈추고, 내쉬는 3단계의 호흡이 언제나 동작과 일치해서 흐트러지지 말아야 하며, 처음 준비 자세에서의 고요함이 동작이 다 끝났을 때도 숨결이 흐트러지지 말아야 한다(설적운, 2010).
"에너지를 충만 시켜서 그것을 단전에서 부터 증 시켜서 지식하는 순간에 전신으로 쫙 퍼져나간다. 지식을 너무 오래하면 내쉴 때 숨이 차게 된다. 급하게 뱉으면 급체한다. 공기도 마찬가지다. 숨을 내뱉을 때 부담이 없을 정도로 천천히 내쉬면서 그 양을 조절한다."(적운스님)
선무도의 영정행관은 차크라를 개발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지대체는 동작 하나하나가 품세의 기본자세이며, 외형적인 유연성과 균형 그리고 탄력성을 뒷받침하는 내면적인 기공 수련에 해당된다. 따라서 지대체를 수련해야 1승형에서 3승형의 권법을 배울 수 있어 지대체 10개 동작을 선무도 입문시부터 순차적으로 수련한다. 이러한 선기공 수련을 통해 수련자의 뇌파를 인공적으로 알파파를 내게 만들어 심리적, 정신적 안정을 도모한다. 나아가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통해 삼매에 들어갈 수 있다.
선무도의 지대체는 동작 하나하나 수련자가 이해하고 깨달은 차원을 신체의 동작으로 표현하게 됨을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아직은 그 심오한 호흡과 자세를 수련하지 못해서 원하는 만큼 명상을 하지는 못하지만, 차분하게 호흡을 보면서 수련하고 나면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또한 지대체를 통해 몸과 마음과 호흡의 조화를 이루는 깨달음을 위한 관법수행의 의미와 몸을 그냥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호흡과 함께 움직이는 것임을 이해한다. 동작 하나 하나 호흡과 기(氣) 소통의 정확한 표현을 통해 또 하나의 명상을 하는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
지대체를 통해 수많은 생각들을 내려놓고 나의 호흡을 바라보고 느끼며 호흡과 기운이 소통하도록 나의 몸으로 표현해 내는 것이 얼마나 심오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나의 호흡이 단전으로 발바닥으로 내려가 기운이 나무뿌리처럼 깊게 딛고, 상체는 몸의 힘을 풀고 편안하게 동작마다 몸의 자세가 달라짐을 의식해 본다. 지대체 수련시 동작과 함께 하는 ‘옴’의 만트라를 시작으로 우주의 좋은 에너지가 들어오고 나에게 필요 없는 것들은 필요한 우주에게 돌아가길 호흡과 함께 명상해 본다.
오늘도 선무도장에서는 법사님, 사범님, 도반님들이 수련을 시작하고 각자의 깨달음대로 몸으로 그림을 그린다. 함께 하는 것 만으로도 ‘움직이는 명상’이 시작된다.
*출처: 2022년 선무도 승단심사 수련 체험기(변*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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